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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투자자소송】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스캘핑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투자피해자 구제 방안
    2017-04-12 4953

     증권방송에 나온 전문가의 매수추천이 스캘핑으로 밝혀지다

     

    유망종목을 추천하는 생방송 증권방송에서 자칭 증권 전문가 A가 말한다. “오늘 방송에서는 K 종목을 분석해 드렸는데, 시청자 여러분께 매수를 추천 드립니다.” 시청자들은 A가 개인적 이해관계 없이 객관적 동기에서 전문적 식견으로 K를 추천한 것이라고 믿는다. 투자자들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 조언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매수여부를 결정하고, 자본시장에 참여한다. 하지만 실상 A는 방송 전에 차명계좌로 K를 선행 매수해서 보유 중이고, 추천 후에 주가가 오르면 방송 직후나 적어도 며칠 이내에는 팔 예정이었다.

     

    스캘핑(scalping)이란 용어는 과거 북중미 인디언들이 전리품으로 적의 머리 가죽을 벗기는 행위를 뜻했고, 증권시장에서는 통상 하루에 수십 번 또는 수백 번씩 트레이딩을 하며 단기 시세차익을 챙기고 빠져 나오는 방식을 통해 박리(薄利)를 취하는 초단타 매매기법을 뜻하는 말로 주로 쓰이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이 특정 증권을 장기투자로 추천하기 직전에 자신의 계산으로 그 증권을 매수한 다음, 추천 후 그 증권의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에 즉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투자자문업자의 선행매매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투자자문업자의 선행매매로서의 스캘핑이 문제된다. A는 2010년 4월 8일부터 2013년 1월 22일까지 90개 종목에 대해 117회에 걸쳐 위와 같이 주식을 매수·매도했다고 한다. 투자자들, 특히 방송을 보고 주식을 산 사람이라면 분통이 터질 일이다. 과연 A를 처벌하거나 그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어떤 법적 근거로 스캘핑을 처벌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자본시장법상 A와 같이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행 또는 송신되고, 불특정 다수인이 수시로 구입 또는 수신할 수 있는 간행물·출판물·통신물 또는 방송 등을 통하여 일정한 대가를 받고 투자조언을 하는 자’는 유사투자자문업자에 해당한다. 이들은 (정식)투자자문업자들에 비해 규제를 덜 받는다. 그래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정 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데, 선행매매금지 즉, ‘금융투자상품 등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투자판단에 관한 자문 또는 매매 의사를 결정한 후 이를 실행하기 전에 그 금융투자상품 등을 자기의 계산으로 매매하거나 제삼자에게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의 금지’가 그렇다(제98조 제1항 제5호, 제101조 제4항). 문제는 선행매매금지가 2013년 5월 28일 신설되었다는 것. 이미 2013년 1월 22일에 스캘핑을 종료한 A에게 이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자본시장법에는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포괄적 사기금지규정인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가 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부정거래 금지규정을 적용한 대법원의 파격적 판결과 그 의미

     

    A가 자본시장법 제178조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지난 3월 30일 A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며, “투자자문업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매수하여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그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그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한편, 투자자들의 오해를 초래하지 않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인 개인적인 이해관계의 표시를 누락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인 동기에서 그 증권을 추천한다는 인상을 주어 거래를 유인하려는 행위로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2항에서 정한 ‘위계의 사용’에도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4도6910 판결). 결국 A는 부정거래금지조항인 제178조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번 판결로 유사투자자문업자라도 스캘핑을 하였다면 선행매매금지규정 신설전후를 불문하고 부정거래금지조항에 따라 형사상 책임을 질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정식으로 인가 받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여 그들에게 투자자문업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담시켰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투자 피해자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한편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위반한 자는 그 위반행위로 인해 증권을 매매한 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179조). 따라서 유사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등의 추천행위가 스캘핑이라면 이들의 추천에 따라 주식을 고가에 구입한 피해자들은 제179조를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들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이론상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의 스캘핑 행위 때문에 더 비싸게 산 만큼이다. 즉, 투자자들은 스캘핑이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주가(정상주가)와 스캘핑으로 인해 부양되어 실제로 매수한 주가의 차액을 손해로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주가의 산정 방법은 다양하나 소송에서 거래소 등 전문기관의 감정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개개인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경우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효율적 구제수단인데, 부정거래금지규정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자가 그 위반한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1년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데, A의 경우 최종 위반행위일인 2013년 1월 22일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미 3년이 지나 더 이상 자본시장법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따라서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제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캘핑은 자본시장법에 위반하는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민법상 불법행위에도 해당하므로 이런 경우 불법행위 책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행위시로부터 10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만일 개인인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이 피해를 배상할 자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를 고용하여 증권추천 업무에 종사시킨 회사에게도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반 불법행위책임이나 사용자책임은 증권관련집단소송방식으로는 물을 수 없으므로 일반 공동소송의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덕희 변호사 dhna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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