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구 제일모직)주주들, 경영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

 

지난 2006년 4월, 삼성SDI (구 제일모직) 주주들은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경영진이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에서 이재용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고의로 인수를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였다. 주주대표소송은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회사가 이사에 책임 추궁을 게을리 할 경우, 소수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이는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대표소송의 승소로 인한 배상액은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 위 소송에서도 법원(2심)은 2012년 9월, “제일모직 경영진은 제일모직에게 130억4천97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고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다.

 

대표소송에서 승소한 주주의 소송비용 청구권

 

주주가 자기 돈을 들여 대표소송을 제기하였음에도 승소이익은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는 것이 일견 불합리해 보일 수 있다. 이에 상법은 대표소송에서 승소한 주주가 소송에서 지출한 비용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사를 위한 공익소송인 주주대표소송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주주가 대표소송의 변호사와 약정한 보수도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위 대표소송의 경우 소액주주들은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하면서 1심 종결시 승소이익의 3%, 2심은 4%, 3심은 5%의 성공보수를 약정하였다. 그들은 대표소송에서 승소한 후 삼성SDI에 위와 같이 약정한 변호사 보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동부지법은 2016년 8월, “삼성SDI는 원고에게 2억1천628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주주대표소송과 변호사 비용이 쟁점이 된 이번 판결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주가 청구할 수 있는 소송비용에 약정한 변호사 보수도 포함 돼

 

우선 법원은, 상법 제405조가 소송비용으로 변호사보수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소송비용에는 소송을 위하여 지출한 변호사보수가 포함되므로 그 비용은 당연히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약정에 의한 변호사보수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주주대표소송 제도는 회사의 손해를 회복함과 동시에 이사로 하여금 자신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감시 또는 통제하는 경영감독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법이 인정하고 있는 제도이고, 나아가 상법은 직접적인 이익 취득이 없는 주주가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그 감시·통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소주주에게 주주대표소송과 관련된 비용의 지급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약정 변호사 보수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주주대표소송 및 주주의 비용지급청구권을 규정한 상법의 취지가 약화될 것으로 보이므로, 주주대표소송의 소송비용에는 약정에 의하여 부담하게 된 변호사보수 지급채무 역시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소액주주들은 소송준비단계에서 소송에 동참할 주주들을 모으는 안내문에, “모든 소송비용은 참여연대가 부담하며, 소송으로 인해 주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전혀 없고 비용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를 기재하였는데, 삼성SDI측은 이를 근거로 원고들에게 소송비용 지급청구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즉, 『위 안내문은 주주들에게 비용에 대한 우려의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를 안내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원고들과 소송대리인 사이에 원고들이 실비에 대한 부담없이 승소금액에 따른 변호사보수 약정을 한 것은 소액주주들의 현실적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므로, 위 안내문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원고들이 이 사건 약정에 따른 변호사보수 지급채무를 실제로 부담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상당한 소송비용의 기준과 앞으로의 전망

 

다만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전체 기간에 비해 진행된 기일의 횟수가 많지 않고, 관련 형사 사건이 여러 심급을 거치는 동안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정리되어 있었으며,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심에서 종결 시 약정한 위 ‘4%’ 중 ‘2%’의 부분만이 상당한 금액이라고 판시하였다. 이번 판결은 주주대표소송이 가지는 감시·통제의 기능과, 이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소송비용 청구권의 의미를 십분 반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익소송인 대표소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주의 인센티브를 조금 더 고려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원고와 피고 모두 이 판결에 불복하였는데 이후 항소심에서 그 공방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덕희변호사 dhnam@hannuri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