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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분석】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건, ‘내부자들’ 향한 첫 번째 증권관련집단소송 타겟되나?
    2016-10-12 4855

    호재공시 직후 악재공시의 악몽 – 투자자들 피해 배상 받을 방법 있나

     

    이 사건이 있던 날 한미약품 투자자들은 작년 7월을 떠올렸다. 작년 7월 29일 한미약품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치료신약을 8천억에 수출했다고 호재 공시한다. 주주들은 주가 상승의 기대로 부풀었다. 바람대로 다음날인 오전 주가는 10%나 오른다. 그러나 그날 오후 한미약품은 2분기 영업이익이 71% 감소하였다는 악재를 공시한다. 주가는 20% 폭락한다. 한 달 후에서야 주가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하루 만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였을 투자자들은 설마 그런 일이 또 발생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한미약품은 위 사건으로부터 약 1년이 흐른 2016년 9월 29일 오후 4시경 미국 제넨텍사와 1조원 규모 계약이라는 호재를 공시한다. 공교롭게도 그 날 오후 7시경에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천억원 규모의 위 계약 해지를 통보 받는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무슨 이유에선지 다음날 장 개시 전까지 이 악재를 공시하지 않다가, 장 개시 후 29분이 지나서야 이를 공시 한다. 악재 공시 직전인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62만 1천원이던 주가는 악재 공시 후 급락하기 시작해 10월 7일 현재 42만 3천원까지 떨어졌다. 29일의 호재 공시에 들떠 30일 장 개시가 무섭게 주식을 사들인 사람들은 악재 공시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목도했다. 62만 1천원에서 42만 3천원으로. 무려 31.8%의 손해다. 계약 해지는 자율공시사항이어서 한미약품이 개장 29분후에 공시 한 것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 그렇다면 주주들은 매년 이러한 된서리를 겪고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자본시장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주가폭락으로 큰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배상받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면 누구를 상대로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 금지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자본시장법은 일정한 ‘내부자들’이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증권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은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위반한 자는 형사 처벌을 받고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도 진다. 당해법인·임직원·주요주주 등 ‘내부자’는 물론 그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제1차 정보수령자’도 손해 배상의 피고가 되는 ‘내부자들’에 포함된다. 8천억 원 대의 계약 해지 사실은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이 내부자 거래라면 투자자들은 피해를 배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현재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는 자는 제1차 정보수령자로 추정되는 당일 공매도 세력이다. 9월 30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량은 회사 상장 이래 최대 규모인 10만4327주였다. 특히 장 개시부터 29분 사이에만 당일 총 공매도량의 48%인 5만471가 공매도 되었다. 보통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그 차익을 누리고자 행해진다. 그러나 이 날에는 전날의 호재 공시로 주가 상승이 예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공매도가 이루어졌다. 공매도 세력이 당일 최고가(65만 4000원)에 팔고 최저가(50만 2000원)에 되샀다면 최대 30%의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충분히 공매도 세력의 내부자 거래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자거래를 원인으로 한 첫 번째 증권관련집단소송 제기 가능성과 쟁점

     

    이미 금융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였고, 검찰 수사도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의 ‘법인·임직원·주요주주’ 등으로부터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해지’라는 중요 정보를 수령한 기관투자자 등이 이를 공매도에 이용한 것이 밝혀진다면 이들 내부자들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으로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이들을 피고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미공개정보이용행위에 따른 배상책임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대상도 된다. 아직까지는 이를 근거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적은 없는데, 조사 결과 법 위반이 확인 될 경우 피해자들은 사상 처음으로 ‘내부자들’을 겨냥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청구권자의 범위에 대해 판례는, 『내부자가 거래한 것과 같은 종목의 유가증권을 동시기에 내부자와는 반대방향으로 매매한 자』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내부자들을 2016. 9. 30. 9시부터 9시29분 사이에 한매약품 주식을 공매도한 세력으로 보면, 같은 시기에 그 반대방향으로 매매한 자만이 청구권자가 된다. 즉, 2016. 9. 30. 9시부터 9시 29분 사이에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하였고 악재 공시 후 주가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집단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내부자들을 피고로 하여, 매수당시 ‘계약 해지’라는 정보가 공개되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여 이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간의 차이를 손해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약품도 사용자 책임 질 수 있어

     

    한편 이 사건에서 한미약품의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한미약품’ 또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법문상 내부자 거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미공개 중요정보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될’ 것을 전제로 하고 판례는 업무관련성을 넓게 해석하므로, 내부자거래가 인정될 경우 사용자인 한미약품도 손해배상책임의 피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용자책임은 민법상 배상책임이어서 증권관련 집단소송방식으로 추궁하는 것은 어렵다. 입법의 불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남덕희변호사 dhna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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