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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외투자자소송】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미국에서 잇달아 내려진 주식매수가액 증액결정
    2016-06-09 5072

    - 델라웨어 형평법원, 델(Dell) 공개매수사건에서 시장주가가 공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식매수가액을 증액하는 결정 내려 -

     

    최근 2016. 5. 31. 자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와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같은 날 델라웨어 형평법원(Chancery Court)이 2013년 델(Dell)의 상장폐지에 반대하여 주식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한 주주들의 손을 들어주며, 당시 사측이 제시한 시장주가에 기초한 공개매수가가 델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 동안 시장주가에 기초하여 합의된 가격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고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던 델라웨어 형평법원이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미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포춘 500대 기업의 2/3 가량이 델라웨어 주에 본사를 두고 있을 정도여서 회사법에 관한 한 델라웨어 주 법원의 결정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시장주가에 기초한 델의 공개매수, 그리고 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델 컴퓨터로 유명한 델은 2013년 델(Dell)은 상장폐지계획을 발표하고, 주식회사 형태에서 마이클 델 CEO 및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등이 소유하는 유한회사 형태로 전환하였다. 델은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다른 주주들이 보유하던 델 주식을 인수하였는데, 당시 델의 공개매수가는 13.75 달러로서 인수 발표 당시의 주가인 9.35 달러에 비해서 47%에 이르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었다.

     

    일반적으로 상장폐지는 재무상황의 악화 등 거래소의 상장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데, 델의 상장폐지는 마이클 델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고자 이루어진 것으로 소위 ‘고의 상장폐지’에 해당하였고, 델의 주주들은 공개매수가 13.75 달러가 델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주식매수가액 결정을 위한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번에 그에 대한 결정이 난 것이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판단 – 시장가격를 배제한 채 DCF 모형을 사용

     

    기존 델라웨어 법원은 시장가격이 주식매수가격 결정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Ancestry.com, BMC Software, CKx 등의 여러 판례를 통하여 시장주가를 기초로 합의된 합병대가가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사측에 관대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 델 사건의 주심판사인 Laster 판사는 11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판결문을 통해 합병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여러 정황 및 근거를 면밀히 검토한 후 시장주가를 기초로 합의된 합병대가가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결정함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기존 법원 판례와 대조되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게 되었다.

     

    Laster 판사는 Unocal 판례에서의 델라웨어 대법원의 설시를 인용하며, 공정가치 결정은 향후 미래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을 포함한 제반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야 하며, 예를들어 합병의 시기가 시장이 하락한 시기나 회사의 실적 사이클 상 하락 시기에 위치해 있거나 향후 낙관적인 전망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하여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시하였다. 특히, 이번 딜의 구조가 인수측이 피인수측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MBO(Management Buyout, 경영진이 곧 인수측이 되어서 회사를 인수하는 구조) 방식이고, 합병 당시 회사가 14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그 성과가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전으로 시장주가에는 이러한 점이 반영되지 못한 반면 마이클 델 CEO를 비롯한 인수자 측은 내부적인 가치 산정을 통해 델의 하락한 시장주가가 델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결국, 법원은 시장주가에 기초하여 산정한 공개매수가가 델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시장주가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 채 오로지 현금흐름할인모형(Discounted Cash Flow Model)에 의존하여 가격을 산정하였다. 더 나아가, 단순히 쌍방이 주장하는 DCF 결과 중 어느 하나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소송 제기 전 작성된 모형의 가정에 가중치를 두어 여러 가지 변수를 재량껏 판단한 뒤 두 가지 가정에 따라 모형을 산출하고 그 평균치를 공정한 주식매수가격으로 산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사측 제시가격인 13.75 달러에서 28% 증액된 17.62 달러를 델의 공정한 주식가치로 결정하였다.

     

    비록 델의 이번 딜 구조가 MBO라는 특수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향후 주식매수가격 청구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시장주가가 합병 당시의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을 경우에는 시장주가에 기초한 합병대가가 곧 주식매수가격에 근접하다고 보았던 기존의 논리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

     

    단 하루 전에 한국법원에서 내려진 삼성물산 주식매수가액 결정과 상당히 유사

     

    공교롭게도 본 사건 결정 하루 전인 2016. 5. 30. 서울고등법원 역시 삼성물산 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을 문제삼아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청구 사건에서 사측의 결정에 현저한 부당성이 있는 경우에만 개입하는 기존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비송사건 취지에 따라 법원의 재량을 폭넓게 발휘하여 주식의 공정한 가치를 산정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하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역시 삼성이라는 그룹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인수측과 피인수측이 동일한 MBO 구조와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주식매수청구 사건에서 시장주가가 공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법원의 재량권을 강조하는 전향적인 판단이 나온 것이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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