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소칼가스(Southern California Gas Co’)의 모회사인 셈프라 에너지(Sempra Energy)의 소액주주가 최근 천연가스 누출 사태를 야기한 소칼가스의 이사들을 상대로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했다.1)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인근의 소칼가스 소유의 가스저장소에서 하루 1200톤의 가스가 누출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해 10월 말의 일이다. 이 가스 누출 사태로 소칼가스는 지난 해 12월 포터 랜치(Porter Ranch) 거주자들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 당한 것을 포함, 다수의 민·형사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칼가스의 모회사인 셈프라 에너지의 주가도 곤두박질 쳐, 이 사건 가스누출사태 직후인 2015. 11. 4. 105.52달러에 달했던 셈프라 에너지의 주가는 2016. 1. 7. 87달러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와 같자, 셈프라 에너지의 주주는 소칼가스의 이사들이 가스누출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임무해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최근 1년간 셈프라 에너지 주가 추이 / 제공 : http://finance.yahoo.com/]

 

자회사 이사의 임무해태에 대한 모회사 주주의 견제장치로서의 이중대표소송

 

이중대표소송은 자회사의 이사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비상장회사인 자회사 이사의 임무해태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자회사의 이사회가 자사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자회사의 유일한 주주격인 모회사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없으므로, 모 회사의 소액주주로 하여금 자회사를 대신해 자회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판례법상 이중대표소송이 인정되고 있다.2)  미 연방대법원은 주식소유비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임원의 겸임 여부, 자금조달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간에 지배회사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종속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중대표소송 제기할 수 없어

 

만약 동일한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모회사 셈프라 에너지의 주주가 자회사 소칼가스의 이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의 이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을 상법에 명문화 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입법화 되지 못했다.

 

법원을 통해 이중대표소송을 사법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대표이사의 업무상 횡령으로 인한 자회사의 손해에 관하여 자회사의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 대해 2심법원이었던 서울고등법원은 이중대표소송의 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었으나, 이 판결은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환송3)되었다. 상법상의 대표소송의 제소자격은 책임 추궁을 당하여야 하는 이사가 속한 당해 회사의 주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파기환송의 이유였다.

 

자회사 이사의 위법행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대기업의 비상장 자회사 경우 경영진의 부당행위로 모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자회사의 손해는 종국적으로 모회사 주주의 손해로 귀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모회사의 임원이 자회사를 대표하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임무해태라고 주장하며 모회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할 수도 있으나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여부는 경영판단의 원칙에 속한다고 판단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된 견제장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4)이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가운데, 차기 국회에서 이중대표소송을 입법화하여 비상장 자회사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를 견제할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현주 변호사 hjku@hannurilaw.co.kr


1) David Shupak et al. v. Debra L. Reed et al.

2) Ryan v. Leavenworth & Northwestern Railway Co.

3)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221 판결

4) 서기호의원 대표발의, 68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