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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분석】 미국 은행들, 이자율스왑거래 관련 반독점행위로 거액의 배상위험에 직면 – 우리나라 ELW 스캘퍼 사건에의 시사점
    2016-05-27 5073

    지난해 말부터 올 봄 사이에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등 글로벌 은행(IB)들이 각종 연기금으로부터 이자율스왑거래와 관련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잇달아 집단소송에 피소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 25일에는 시카고 공립학교 교원연기금 (The Public School Teachers’ Pension and Retirement Fund of Chicago)이 골드만삭스 등 10개의 은행들을 상대로 뉴욕 맨하탄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지난 5월 5일에는 시카고 경찰관 연기금 (Chicago police pension fund)이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한 10여개의 은행들을 상대로 일리노이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지난 3월에는 시티그룹, 제이피모건 등을 비롯한 7개의 은행들이 소송을 끝내는 조건으로 총 3억2,400만 달러(한화로 약 3,800억 원)에 이르는 합의금을 지급한 바도 있다.


    이자율스왑(Interest Rate Swap, IRS)은 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바꾸는 상품으로 연금기금, 헤지펀드, 지자체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금융수단이며, 전 세계적으로 매일 1조 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은행들은 장외증권시장에서 이자율스왑 거래의 중개자 내지 시장조성자 역할을 해 왔는데, 이는 모든 이자율스왑 거래에 은행이 개입되며 투자자들은 그들을 통해서만 가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은행들은 이 점을 이용하여 이자율스왑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자 공모하였다. 즉, 은행들은 가격결정력과 유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자적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은행들 간 거래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은행들은 비은행권 투자자들보다 IRS를 싼 가격에 구매하고, 비싸게 팔며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은행을 통해서만 호가를 얻을 수 있는 기존의 방식이 강제되었다. 이처럼 은행들은 공모하여 비은행권 투자자들의 거래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이자율스왑시장의 경쟁을 억제하였다.

     

    미국 셔먼독점금지법은 제1조에서 『공모하여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규정하고 있다(Section 1 of the Sherman Act, 15 U.S.C. §1.).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또는 인하 등 정책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이자율스왑시장을 이용하였던 미국 시카고경찰 연금기금, 교직원 기금 등은, 은행들이 위 규정을 위반했고 이로 인하여 손해를 보았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은행들은 거액의 배상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형은행간의 차별적 관행과 경쟁제한행위에 철퇴를 가한 미국의 위 집단소송 사건은 우리 금융투자업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ELW스캘퍼 사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LW스캘퍼 사건이란, 지난 2013년 증권회사가 다른 투자자들의 주문보다 빠른 속도로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ELW/선물옵션 VIP특화시스템’을 초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속칭‘스캘퍼’)에게 제공하여, 그들로 하여금 수백억 원 대의 매매수익을 얻게 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수취한 사건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2014년 초, 대법원은 그들의 자본시장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전용선, 전용서버 등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제공한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고, 그러한 사실은 증권가와 금융감독당국에 널리 알려져 있어서 스캘퍼에게만 몰래 제공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다른 일반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위 행위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제공하여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 행위가 우리나라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검증된 바 없다. 미국의 이자율스왑 사건에서 은행들은 자기들 사이에서만 특정한 전자적 거래수단을 이용하였고, 우리 ELW사건의 경우 증권사들이 자신들과 유착된 스캘퍼들에게만 전용선 등 특혜를 제공하였다. 양자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차별로 시장에서의 불공정을 야기한다는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거래상대방에 따라 가격 등 거래조건․거래내용을 차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자기가 속한 시장 또는 거래상대방이 속한 시장에서의 정상적인 경쟁을 저해할 경우 이를 불공정행위로 금하고 있다. ELW사건의 경우,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전용설비 등 특혜를 제공한 것은 이들을 유치해야 많은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라는 계산 및 시장 점유율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고, 스캘퍼들 역시 증권사들로부터 받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ELW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은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수사 결과에 의하면 2009년 ELW일반 개인투자자들이 4,143억 원의 손실을 보는 동안 스캘퍼들은 1,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누렸고, 증권사들은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벌었다고 한다.

     

    따라서 ①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에게 각종 편익을 제공한 것은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유리한 거래조건을 부여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차별 취급』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② ‘1,000분의 1초’승부라고도 불리는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가 가능한 전용회선을 제공한 것은 일반투자자에 대한 『현저한』 차별로 판단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행태를 통해 ③ 증권회사가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우려가 있어 보이고, ④ 거래조건 차별에 의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취급을 받게 되는 일반투자자가 ELW시장의 거래처를 쉽게 전환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결국 『경쟁제한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자본시장에서 존재하는 각종 차별적인 관행들은 비단 ELW 스캘퍼 사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이자율스왑관련 경쟁제한행위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향후에는 이러한 차별적 관행들이 자본시장법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측면에서도 검증되고 규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덕희 변호사 dhna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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