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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분석】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피해 입은 ELS 투자자들, 투자자소송 가능할까 – 미국 GOAL ELS 판결례가 시사하는 바 –
    2017-04-24 4962


    대우조선해양 ELS 투자자 피해 눈덩이

     

    지난 3월 23일 더벨(thebell)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equity-linked security)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그 손실률이 8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로 인한 주식시장에서의 손실이 그대로 ELS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발행 당시 기초자산의 주가를 기준으로 상환가격이 결정되고 손실구간에 진입한 이후에는 하락폭이 거의 그대로 손실률에 반영되는 구조인 까닭에, ELS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로 인해 뻥튀기된 주가(및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오롯이 떠안게 된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 ELS 투자자들은 분식회계 혐의가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소송이 가능할까? 한편으로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투자자들이 취득한 ELS의 설계 내지 발행에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자신이 발행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ELS가 발행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상적인 투자자 소송에서 빈번하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제125조(증권신고서 허위기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와 제162조(사업신고서 허위기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제125조와 관련해서는 투자자들이 취득한 ELS의 증권신고서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증권신고서에 허위기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제162조와 관련해서는 투자자들이 직접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증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 조항을 적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만 입증책임이나 손해액 계산 등의 면에서 용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자본시장법 위반일 경우에만 제기 가능한 피해자들의 효율적 구제수단인 증권관련집단소송은 불가능하게 된다.

     

    여러 가지 면에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여 대우조선해양에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것일까. 2005년 미국의 판례를 통해서 그 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GOAL ELS 판결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UBS 증권은 2001. 3월 JDS Uniphase Corp.이라는 회사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GOAL이라는 ELS를 발행하였다. 발행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만약 만기일인 2002. 9. 9. JDS의 주가가 28.125 달러를 상회하면 26%의 이자를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현금 대신 액면가 1,000 달러 당 JDS 주식 35.5556 주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GOAL이 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01. 4월부터 JDS가 과거 2개년간 영업권을 포함한 자산을 과대계상하는 분식회계를 자행하고 이를 숨기려고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가 시장에 흘러나왔고 이로 인해 JDS의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Zelman이라는 투자자가 GOAL 발행 당시부터 분식회계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기 전인 2001. 7월까지 GOAL을 매입한 투자자들을 대표하여 JDS 및 그 이사들을 상대로 Rule 10b-5에 기한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Rule 10b-5를 직역하면 아래와 같다(사실상 제178조와 상당히 유사하게 읽힌다). 


    증권의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주간(州間) 통상의 수단이나, 우편, 전국적 증권거래소라는 시설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이다. 

     

    (1) 사기를 위하여 어떠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것 

    (2) 중요한 사실에 대하여 거짓의 표시를 하거나, 표시가 이루어진 상황에 비추어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대한 표시를 누락하는 것 

    (3) 타인에 대하여 사기나 기망이 되거나 될 수 있는 행위, 관행, 업무방법을 행하는 것


    ‘증권의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하여’ 개념의 확장

     

    ELS 증권 자체가 아닌 그 기초자산을 발행한 회사의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당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과연 Rule 10b-5 상 「증권의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하여(in connection with the purchase or sale of any security)」라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여부였다.

     

    원고가 취득하여 손실을 입은 ‘증권’은 JDS 주식이 아니라 UBS가 발행한 GOAL이라는 ELS 증권이었기 때문에, 더 나아가 원고가 주장하는 분식회계의 내용 자체가 GOAL이나 그 발행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JDS에 관련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관련성(in connection with)’ 요건의 충족 여부 역시 문제가 되었다. 즉, 피고의 주장을 풀어 말하면 ‘원고가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증권은 GOAL이라는 ELS 증권이면서 왜 GOAL의 발행이나 설계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JDS의 행위를 문제삼느냐’는 식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ELS의 경우 그 가치가 기초자산의 가치에 연동되어 결정되므로 비록 JDS가 GOAL을 설계 및 발행한 주체는 아니더라도 GOAL의 기초자산인 JDS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JDS의 분식회계 혐의와 GOAL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direct relationship)’가 존재한다.” “JDS의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표시는 그로 말미암아 GOAL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명백히 GOAL과 관련성이 있다.”

     

    즉, 법원은 일반적인 증권과 달리, 문제가 된 증권(GOAL)의 가치가 그 기초자산(JDS)의 주가에 연동되는 ELS의 구조적 특성 상, 원고가 취득하여 손실을 입은 증권이 피고 행위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둘 사이에 불가분의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이는 곧 GOAL 투자자들에게 JDS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청구인적격이 있으니 본안에서의 판단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법원의 논리는 피고들의 다음 주장, 즉, 신뢰성 요건 흠결 주장에 대한 답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고는 Rule 10b-5가 요구하고 있는 ‘신뢰성(reliance 또는 transaction causation)’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장사기이론(fraud on the market theory)을 원용하였다. 시장사기이론은 주식시장이 시장의 모든 중요한 정보가 반영되는 효율적 시장임을 전제로 허위표시가 있는 경우 증권의 시장가격은 그러한 허위표시를 반영한 가격이며 따라서 증권을 거래한 자는 당해 표시를 신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연방대법원의 Basic 판례이후 증권소송에서 원고들의 신뢰성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을 경감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피고들은 원고가 정작 문제가 된 GOAL에 대한 효율적 시장을 주장하고 있지 않고 JDS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의 효율성은 원고의 신뢰와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시장사기이론을 원용하는 신뢰성 주장을 배척해야 한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신뢰는 GOAL이 거래되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GOAL의 투자자로서 GOAL의 투자설명서에 대한 신뢰이고 이는 곧 GOAL의 가치에 연동되는 GOAL 발행 당시 JDS의 주가가 효율적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신뢰라는 점에서, 시장사기이론을 원용한 원고들의 신뢰성(거래인과관계) 요건 충족에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그 외에도, 법원은 비록 소각하청구(motion to dismiss) 단계의 특성 상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허위표시가 원고가 GOAL을 취득하기 훨씬 전에 이루어졌고 원고의 손실은 그 이후 요인에 의한 결과이므로 손해인과관계(loss causation)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항변에 대해서도, 원고의 손실은 GOAL 발행 이후 JDS의 주가 하락으로부터 발생하지만 그 하락폭 자체가 GOAL 발행 당시 정상주가보다 부양된 주가만큼 증폭된다는 점에서 손해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포괄적 사기금지조항으로서 자본시장법 제178조

     

    이처럼 미 법원은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가치가 연동되는 ELS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여, ELS 증권 자체가 아닌 그 기초자산과 관련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 Rule 10b-5를 적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대우조선해양 ELS 사건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있어서 위 GOAL 판례와 다를 바가 없다. 이 말은 곧 대우조선해양 ELS 투자자들이 Rule 10b-5를 거의 그대로 수계한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제178조에 의거하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자본시장 관련법의 체계 내지 손해배상소송의 구성요건 등이 미국의 그것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위 GOAL 판례의 판시내용 자체가 그대로 우리나라 사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제178조가 바로 이처럼 복잡다기한 자본시장에서 미처 열거하지 못하는 행위들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위해 포괄적 사기금지조항으로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 ELS 투자자들이 동 법조에 의거하여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최근 대법원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선행매매행위를 전향적으로 자본시장법 제178조 위반으로 본 것도 그와 동일한 맥락이라 할 것이다.

     

    【김성훈 회계사 shkim@yi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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